장관 후보자가 꼭 봤으면 하는 드라마 - 하늘만큼 땅만큼

오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이슈가 된 건 위장전입이죠.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추궁하자 "딸이 왕따를 당해서 부정(父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답변을 했네요. 단순히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한 위장전입보다는 동정의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을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자녀가 따돌림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후보자의 말을 듣고 드라마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드라마입니다. KBS에서 지난 2007년 방송한 드라마로 박해진과 한효주가 주인공으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신재민 후보자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해서요.

그 가족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가족 구성원

아버지 (정동환) : 대학 학장. 교육부총리 후보자. 부유한 처가 덕에 출세하게 됨.
어머니 (김자옥) : 남편의 출세를 바라는 사람
큰딸 (강정화) : 남편과 이혼 후 재결합
작은딸 (홍수아) : 왕따를 당해 조기 유학을 감. 귀국 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능 준비.

 

간략한 내용 :

아버지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되자 남편의 출세를 바라는 어머니는 당연히 부총리가 될 것을 믿는다. 후보자가 자신의 딸을 조기유학 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은 부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기고 사퇴를 촉구한다. 이에 고민하던 아버지는 결국 후보자를 사퇴하게 된다.

 

드마라 속의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건 두 가지 이유에서 였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딸을 조기유학 보낸 사람은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여겼던 겁니다. 조기 유학이 사회문제이긴 하지만 위장 전입처럼 위법 행위는 아닙니다. 불법도 아니고 조기유학을 보내야 했던 사정이 있었지만, 교육 수장이 될 사람으로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스스로 본인의 자격 검증을 한 것이죠.

두 번째는 자신의 가족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고, 자기 가족을 팔아가면서까지 부총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은딸이 왜 조기유학을 가야만 했는지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과 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겁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부정한 짓을 하지 않았고 부끄러운 것이 없으니 괜찮다고 합니다. 작은딸의 조기유학은 피치 못할 사정이었고, 오히려 피해자이니 따돌림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죠. 하지만, 아버지는 청문회에서 딸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내야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또 큰딸의 이혼 문제나 재산 축적 과정 등에 대한 얘기가 청문회 과정에서 추가로 알려지게 되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오늘 청문회의 신재민 후보자는 어땠을까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자녀를 위했던 본인을 한 나라의 문화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까요?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우리 아이가 따돌림을 받았다."라고 말하면서 아픈 기억을 꺼내놓은 사람이 정말 부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부인을 욕 먹이고 딸들의 상처까지 세상에 드러내면서까지 출세 한 번 하겠다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신재민 후보자를 문화를 책임질 수장으로서 한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로서 이해하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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